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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을 부르는 새벽 소리
임현희 2026-01-21 추천 0 댓글 0 조회 90

하나님의 운행하심 속에 새해의 동이 트고, 신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적토마 같은 기세로 발걸음을 뗀 지 벌써 달포를 넘겼다.

 

닭이 새벽에 우는 행위는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아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여겨 왔다. 과거에는 단순히 동이 트는 빛을 감지하여 운다고 생각했으나, 연구 결과 닭은 빛이 전혀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도 뇌 속에 있는 내부 생체 시계와도 같은 송과체가 외부 광량과 상관없이 약 24시간 주기의 생체 리듬을 조절하여 해가 뜨기 약 2시간 전부터 울기 시작하는데, 이는 단순히 빛에 반응하는 반사 작용이 아니라 다가올 낮을 준비하는 예측 행동이라고 한다.

 

외치는 자의 소리여 이르되 너희는 광야에서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라 사막에서 우리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하게 하라”(이사야 40:3)

 

닭의 울음소리에는 원칙이 있다. 무리 내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수탉이 첫울음을 떼고 나면 주변의 다른 수탉들이 연달아 우는 도미노 효과가 나타나는데 이는 서열과 자신의 영역을 선포하는 생존의 외침이다.

 

얼마 전, 심방 대원들과 멋진 호숫가에 있는 음식점에서 입맛을 챙긴 후 산책하게 되었는데 언덕배기에 있는 작은 닭장에서 때아닌 수탉의 울음 도미노가 발생했다. 닭이 낮에 내는 울음소리는 사람이나 짐승 등 포식자들의 외부 등장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이거나, 산란 등의 특별한 사건을 알리는 소통 수단이라고 한다.

 

포만감에 젖어 먼저 내려가신 권사님들을 뒤따르다 보니 그만 개인기가 발동하여 닭 울음소리를 거창하게 흉내를 내자, 닭들은 생전 처음 듣는 데시벨이 다른 소리에 어안이 벙벙하여 눈만 껌벅이고 있는데 앞서가시던 한 권사님이 저놈의 닭은 목이 쉬었네하시며 걸음을 옮기신다. 닭장 뒤에 숨어 있는 외부 침입자를 보고 닭들은 울고 나는 한참을 주저앉아 웃었다.

 

성경 복음서에 기록된 가장 드라마틱하고 인간적인 장면 중 하나는 베드로가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하고, 이어서 들려오는 닭 울음소리를 듣게 되는 순간일 것이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시기 전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 자리에 앉으셨는데 이때 베드로는 결연한 의지로 주를 위하여 내 목숨을 버리겠나이다.”(13:37)라고 호언장담을 한다. 하지만 예수님은 베드로의 연약함을 아시기에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밤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26:34)라고 말씀하셨다. 베드로는, 자신은 결코 주님을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더욱 크게 호언을 했지만, 막상 스승이 체포되고 죽음의 공포가 눈앞에 닥치자 그 신념은 힘없이 무너졌다. 작은 여종의 질문에도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한다며 저주까지 섞어가며 예수님을 부인했다.

 

세 번째 부인함이 끝나자마자 어디선가 고요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닭 울음소리가 이슬 머금은 무거움으로 들려왔다. 이내 닭 울음소리는 예수님의 쉰 목소리가 되어 베드로의 양심을 후벼 팠고 베드로는 밖으로 나가서 심히 통곡했다. 그런데 만약 이 이야기가 여기서 끝났다면, 닭 울음소리는 베드로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이자 실패의 낙인이 되었을 것이다. 사랑의 주님은 부활 후 갈릴리로 찾아가 조반을 차려주시며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심으로 세 번의 부인을 세 번의 사랑 고백으로 덮어주신 것이다. 그날 이후 베드로에게 닭 울음소리는 더 이상 수치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용서하시고 다시 세우시는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게 하는 회복과 은혜의 종소리가 되었을 것이다.

 

세 번째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니 주께서 세 번째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므로 베드로가 근심하여 이르되 주님 모든 것을 아시오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 양을 먹이라”(요한복음 21:17)

 

요즘은 닭 울음소리를 듣는 것이 희귀한 정도이다. 꼭 도심에 살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목이 쉬다 못해 터지도록 울어대어도 주님의 음성을 떠올리며 통곡할 줄 모르는 이 세대를 향한 침묵은 아닐는지. 양심의 가책도, 회개의 눈물도 메말라가는 황폐한 시절에 다시금 내 영혼의 신새벽을 흔들어 깨우는 닭 울음소리를 듣고 싶다. 비록 그것이 나의 허물을 들춰내는 아픈 소리일지라도, 그 소리 끝에 기다리고 계실 주님의 용서와 회복을 소망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사랑을 우리가 알고 믿었노니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사랑 안에 거하는 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도 그의 안에 거하시느니라”(요한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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