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부 게시판

  • 교육과 멘토링 >
  • 유치부 게시판
'내 욕심이 아이를 망쳤어요!'
불꽃2 2012-04-01 추천 0 댓글 0 조회 812

"내 욕심이 아이 망쳤다" 목놓아 우는 엄마들

"책만 많이 읽으면 똑똑해지는 줄 알았다가 날벼락"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박철현기자 karam@hk.co.kr

 

43개월 사내 아이 한새(가명)는 두 돌 전에 영어 알파벳과 한글을 읽기 시작했다. TV 화면에 영어 자막이 나오면 케이, 에스, 더블유하며 글자를 콕콕 집어냈다. 차를 타고 가면 길가의 간판들을 더듬더듬 읽었다. 주변에서는 다들 영재 아니냐고 부러워했다. 돌 무렵부터 읽어주기 시작한 그림책 덕분이었다. 책의 바다에 빠진 한새는 장난감도 싫어했고, 일과 시간의 대부분을 책만 보며 지냈다. 글자를 뗀 후엔 초등학교 3학년 형의 어린이사전’ ‘영어사전까지 탐독했다.

 

소통이 불가능한 아이들

 

하지만 엄마 이민혜(38가명)씨는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이 불안했다. 두 돌이 넘도록 한새가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이 거의 없었기 때문. “,하면 ,하고 겨우 따라할 뿐이었다. 책이 보고 싶으면 엄마 손을 이끌고 책장 앞으로 갔고, 목이 마르면 냉장고 앞으로 끌고 갔다.

 

간혹 또래 아이들과 모이면 혼자 등을 돌리고 책만 줄줄줄 읽어대는 모습에 이씨는 억장이 무너졌다. 억지로 아이들과 섞어놓으면 한새는 하고 싶은 말을 못해 답답해 하며 짜증을 냈다. 아이들도 함께 놀아주지 않았다. 병원 치료를 생각했지만 엄마로서 소아정신과는 내키지 않았다. ‘말이 좀 늦는거겠지하며 애써 자위하다 병원을 찾은 게 36개월 때. 병명은 경계성 자폐’(유사자폐)였다. 한새의 독서는 의미도 모른 채 낭독만 능숙한 전형적인 초독서증. 이씨는 의사 앞에서 목놓아 울었다.

 

애가 똑똑한 것 같다는 생각에 너무 많은 자극을 줬어요. 온종일 책만 읽혔고, 한글 영어 비디오 너무 많이 보여줬고. 혼자는 못 사는 세상인데, 친구 하나 못 만들어준 게 너무 미안하고 가슴 아파요.”

 

이씨는 요즘 집안에 있는 책을 모조리 치우고, 아이와 바깥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새는 아직도 세계 각국 이름과 수도, 국기를 외우는 취미를 버리지 못했다. 책을 치워도 문자는 도처에 널려 있다. 한새는 지하철을 타면 노선도를 외우고 놀이공원에 가면 안내도를 외운다.

 

다행스러운 건 치료를 받으며 한새가 제법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한 점이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하는 자발어가 많이 늘었다. 하지만 아직도 질문에 답하는 반향어는 부족해서 물 줄까하고 물어보면 대답 대신 물 줄까를 따라하기만 한다.

 

때가 돼도 못 걷는 아이들

 

서른여덟에 첫 딸을 낳은 김지영(41가명)씨는 육아에 관심이 많았다. 늦게 낳은 아이 잘 길러보려는 욕심에 처음 책을 읽어준 게 생후 6개월 무렵. 인터넷 육아 사이트와 블로그들을 보면 돌도 안 된 아기부터 유치원생까지 책의 바다에 빠진 아이들이 즐비했다. 김씨도 210만원에 전집 네 질을 들였다. 남편은 돌도 안 된 애기한테 무슨 책을 사주냐고 반대했지만, “이렇게 해야 나중에 사교육 따로 안 한다는 아내 말에 고집을 꺾었다. 그렇게 읽은 책이 10개월에 500, 두 돌 때는 1,000권이 넘었다.

 

아이는 생후 10개월부터 책 중독 증세를 보였다. 기저귀 갈고 젖 먹는 시간 외에는 하루 종일 책만 찾았다. 엄마가 목이 쉬도록 읽어주면, 아이는 동공도 움직이지 않은 채 새벽 4~5시까지 책을 들여다봤다. 아이가 이상해졌다고 느낀 건 첫 돌이 지났을 때부터. 똘망똘망하고 모든 사물에 관심을 보이던 애 눈빛이 흐리멍덩해졌다. 때가 돼도 아이가 기지 않고, 돌이 지나도 걷지 못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유명 육아사이트는 그런 현상에 대해 이렇게 몰입할 수 있다는 게 영재성의 증거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기뻤어요, 이 미련한 엄마가. 책만 많이 읽으면 똑똑해진다는 말만 믿고 애를 망가뜨린 거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책을 딱 끊은 게 두 돌 때. 한 눈에 보아도 다른 아이에 비해 신체 발달이 뒤떨어진 아이는 세 돌이 다 되도록 혼자 계단을 서너 개밖에 올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평범한 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자, 그저 많이 놀아주자, 애쓰고 있어요. 제가 책을 안 읽히겠다 마음 먹으니까 희한하게도 책에 빠져있던 아이가 금세 책에서 멀어지더군요. 아이들은 엄마의 눈빛을 통해 엄마가 뭘 아는지 온몸으로 간파하는 거예요. 그간 내가 아이를 학대했구나, 온몸으로 책 읽기를 강요 했구나 싶어 아이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져요.”

 

공격성이 끓어오르는 아이들

 

명문대 출신의 주부 박유리(36가명)씨는 최근 딸 은서(5가명)를 데리고 소아정신과를 찾았다. 얼마 전 은서가 엄마도 죽이고 싶어. 할머니도 찌르고 싶어. 나는 나쁜 애야라고 소리지르는 모습에 놀라 진료실 문을 두드렸다. 의사는 과잉독서 때문에 아이가 공격성 조절을 못한다고 진단했다.

 

박씨는 이유식을 먹일 때부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세 살부터는 도서관도 자주 다녔다. 아이가 좋아했고, 딱히 뭘 해줘야 할지 알지도 못했다. 하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서 감정적 소통을 해야 할 시기에 책만 읽도록 한 것이 아이에게 심각한 손상을 초래했다. “책을 읽어주면 그저 좋은 줄로만 알았어요.” 박씨는 아이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흐느끼기만 했다. 은서 생후 5년 동안 엄마가 한 일이라곤 춥고 외로운 책의 바다에 아이를 구명조끼 하나 입히지 않고 던져놓은 것뿐이었으니까.

 

------------------------------------------------------------

 

"민준아, 오늘 기분 어때?” 언어치료사의 물음에 다섯 살 민준이가 중얼거리듯 답한다. “불현듯 그런 예감이 들었던 거죠. 하지만 그는 원통하게 누명을 쓰고 죽었어요.“ “민준아, 그게 아니고 기분이언어치료사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준이는 제 할 말만 쏟아낸다. “거참,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군요. 짐짓 쓰러진 시늉을 하고 숨어있었을 뿐인데요.”

 

김수연(39가명)씨는 지난해 봄 아들 민준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쯤 보육교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민준이가 다른 아이들과 전혀 못 어울린다. 좀 이상한 것 같으니 병원 진단을 받아보라는 내용이었다. 사내 아이라 말이 좀 늦었지만 책을 3,000권이나 읽었을 정도로 영민했던 아이라 기분이 언짢았다.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가 김씨는 그만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고 말았다. 민준이에게 유사자폐진단이 내려진 것이다. 문어체 문장을 중얼거리는 민준이의 행위는 뇌가 성숙하지 않은 아이에게 텍스트를 주입한 결과, 의미는 전혀 모르면서 기계적으로 문자를 암기하게 된 초독서증(Hyperlexia)’ 증세였다.

 

영어 수학에 이어 독서에도 조기 교육 붐이 일고 있다. 생후 6개월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아이에게 다량의 책을 읽히는 조기 다독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엄마들이 육아 블로그에 아이 독서 리스트와 누적 독서량을 일기로 남기는 리딩 트리가 유행하고 있고, 수백~수천 권에 이르는 유아 대상 필독 전집 리스트까지 나돌고 있다. 심지어 하루에 70~80권의 책을 읽는 두 돌배기 아기, 1만권에 육박하는 전집 어린이 도서로 거실을 어린이도서관처럼 꾸민 집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같은 과잉 조기 독서 붐으로 인해 유아들 사이에 유사자폐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아기 다독이 오히려 아이의 뇌를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뇌과학자인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는 뇌가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과도하게 독서를 시키는 것은 가는 전선에 과도한 전류를 흘려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과부하로 전선에 불이 나는 것처럼 아이들의 뇌 발달에 큰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도 요즘 불고 있는 유아 대상 독서 열풍은 너무 심각한 수준일 뿐 아니라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유아기에는 책 대신 온몸으로 정서적 교감을 많이 하는 것이 최고의 육아법이라고 강조했다.

유사자폐란

 

생후 초기부터 증상을 보이는 선천적 자폐와 달리 부모의 양육 태도에 문제가 있을 때 서서히 나타나는 자폐 증세. 처음에는 말이 늦고, 주변 사람에 무관심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하는 등 사소한 증상을 보이지만, 방치할 경우 발달이 떨어져 유치원이나 놀이방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세 돌 전에 부모의 사랑과 보호,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지속적 스트레스, 과도한 학습 강요 등에 노출되는 것이 원인이다.

 

------------------------------------------------------------

 

책도 읽히지 말고, 문자도 가르치지 마세요. 그냥 놀게 하세요. 적어도 5세까지는, 하나님이 그거 하라고 한 나이입니다. 지금 우리 엄마들이 하는 독서교육은 아이 발달 과정에 완전히 역행하는 거예요.”

 

나영이 주치의로 유명한 신의진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에게 최근의 과잉 독서 붐에 대해 묻자 너무 심각하다. 미칠 노릇이라고 탄식부터 했다. 그는 유아들에게 많은 책을 읽히는 것은 돈 들여 아이를 망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_부모들은 독서가 조기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기 교육, 사교육을 안 하기 위한 대안이라고까지 말한다.

 

조기 교육 바람이 휘몰아친 게 외환 위기 이후인 2000년 무렵부터다. 처음엔 영어 비디오로 시작해 몇 년 후엔 한글과 수학, 그 다음엔 한문, 그리고 최근엔 독서로 넘어왔다. 찾아오는 환자들을 보면 조기 교육의 종류나 도구만 바뀔 뿐 똑같다. 일찍 가르치면 똑똑해질거라는 믿음에 잘못된 학습을 시키는 거다.”

_조기 독서가 왜 문제가 되나.

 

독서란 아이들이 글이나 그림을 통해 추상의 세계를 다루는 것이다. 장난감 만지는 것과 책을 보는 것의 제일 큰 차이는 장난감은 실체인 반면 책은 실체의 상징, 즉 심볼을 다룬다는 점이다. 따라서 머리 속에서 심볼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나이가 언제인가가 중요한데, 최소 세 돌은 넘어야 한다.”

 

_그 전에는 독서가 불가능한가.

 

심볼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게 돌부터다. 이때의 심볼은 말이 심볼이지 아주 단순한 것이다. 두 돌이 지나면 인형놀이 정도를 슬슬 시작할 수 있고, 적어도 세 돌이 돼야 자기 상상을 얹을 수 있다. 더구나 글을 보고 제대로 독서를 하는 것은 초등학교 2, 3학년부터다. 이것도 빠른 여자 아이들 얘기다. 의외로 글을 통해 추상의 세계로 진입하는 시기는 굉장히 늦게 찾아 온다.”

 

_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으면 커서도 똑똑하다는 얘기가 상식처럼 됐는데.

 

최근 몇몇 연구도 있었지만 그것은 독서의 효과라기보다는 부모가 그만큼 자녀한테 관심을 쏟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신경 쓴 덕분에 아이들이 공부 잘하는 것을 책을 읽어줘서 머리가 좋아졌다로 잘못 해석한 것이다.”

 

_책을 읽히는 엄마들은 아이들이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책을 뺏으면 울고불며 난리치는 아이들도 많다.

 

그게 병이 시작된 거다. 두 가지 부류인데, 어릴 때부터 책을 너무 많이 읽혀서 생긴 집착증이거나 아니면 아이 인생에 그것 외에 재미있는 게 없는 거다. 둘 다 가슴 아픈 일이다. 세상에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야 하는 초등 2, 3학년 이전 아이들이 책에 집착하면 그건 뭔가에 대한 증상이다.”

 

_조기 독서로 유사자폐가 되기도 하나.

 

3세까지 발달하는 뇌 부위는 감정조절, 충동억제, 교감, 공감 등을 담당하는 변연계다. 요즘 책 좀 읽는다는 아이들은 생후 6개월부터 읽기 시작하던데, 이때부터 독서를 과다하게 하면 사람들과의 정서적 교감이 상당히 부족해진다. 아이가 사람 대 사람으로서 감정이 통해야 하는 시기에 책이 벽처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과 내가 통한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게 되면 사회성 발달이 저해되고, 사회인지가 떨어진다. 나중에는 쌍방의 의사소통이 안 되고, 쓸데없는 거나 외우려고 한다. 정서를 조절하는 뇌가 자극을 받지 못해 제대로 못 큰 탓에 자폐와 비슷한 유사자폐가 된다.”

 

_유사자폐는 치료가 가능한가.

 

시기에 따라 너무 다르다. 서너 살때 오면 거의 100% 제대로 만들어진다. 여섯살 때 오면 언어가 많이 뒤처져 있게 된다. 초등학교 때 오면 (치료에)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린다.”

 

_어떻게 해야 아이를 똑똑하게 키울 수 있나.

 

“3세 이전에는 가급적 아기의 창의성을 죽이는 작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이미 만들어진 자극(ready-made stimulus)은 안 주는 것이 좋다. , 냄비, 풀만 줘도 아이들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내 큰 아이는 문자교육 안 시키는 보육기관에서 나무에 물이나 주며 자랐고, 둘째는 문자교육 하는 일반 유치원에 보냈다. 세 돌 때 버스가 지나가면 큰 아이는 엄마 보라색 버스는 보라색 차고로 가네그랬다. 스스로 분류하고 모으고 다 했던 거다. 반면 훨씬 똑똑했던 둘째 아이는 한일교통이러고 끝이었다. ‘글자 말고 다른 건 안 보여? 무슨 색이지?’하고 물어야 다른 걸 봤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길 원하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자유게시판 목록
구분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찬양아이 임태양 첫 생일 잔치~^^ 불꽃2 2012.04.09 0 700
다음글 유치부 2/4분기(4~6월) 전체, 반 별 성경암송구절 불꽃2 2012.03.30 0 1351

561203 TEL : 063-211-4475 지도보기

Copyright © 전주팔복산교회. All Rights reserved. MADE BY ONMAM.COM

  • rss